독일 마인츠 거리에 버려진 의자, 책상, 서랍장 같은 가구들을 수집해 작품의 재료로 사용했다. 골목과 대형 폐기물 수거함 주변에 놓여 있던 것들이었다. 대부분 낡거나 부서져 더 이상 쓸 수 없다고 판단되어 버려진 사물이었다. 이 사물들은 본래 앉거나 무언가를 올려놓는 용도로 쓰이던 것들이다. 타국에서 발견한 이 가구들 역시 기능이라는 조건 하나로 존재하다가 그 쓸모를 잃은 사물이었다. 어느 집, 어느 사무실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남아 있는 것은 사물 자체와 그 위에 남은 마모의 흔적뿐이었다.
수집한 가구들은 분할되었다. 다리와 상판, 등받이와 서랍이 원래의 결합에서 분리되고, 표면 전체가 흰색으로 칠해졌다. 흰색은 지우는 행위다. 원목의 무늬, 세월이 남긴 흔적, 사물마다 달랐던 질감이 도료 아래로 사라졌다. 칠하기 전에는 저마다의 이력을 가진 사물이었으나, 칠한 후에는 동일한 표면을 공유하는 이름 없는 덩어리가 되었다. 서로를 구별하던 마지막 흔적도 함께 지워졌다. 어떤 조각이 의자였는지, 어떤 조각이 서랍장이었는지는 형태로만 짐작할 수 있을 뿐, 표면은 더 이상 그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잘라낸 조각들은 다시 세워졌지만, 과거의 기능으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의자 다리가 책상 상판을 뚫고 나오거나, 서랍장이 뒤집혀 다른 조각의 받침이 된다. 조합의 기준은 유용성이 아니라 오직 지지다. 홀로 서 있을 수 있는가, 옆의 조각을 받칠 수 있는가. 이 과정에서 설계도나 사전 계획은 없었다. 하나의 조각을 세운 뒤 다음 조각을 그 위에 얹고, 무게가 버텨지는지 확인하며 구조를 이어갔다. 조각들의 더미는 바닥에서 출발해 창문을 향해 뻗어 나가며, 아래쪽은 무겁게 쌓이고 위로 갈수록 형태가 가늘어지며 허공으로 흩어진다. 아래쪽 조각들이 무게를 감당하는 동안, 위쪽 조각들은 점점 가늘고 날카로운 선이 되어 허공을 향해 뻗어 나간다.
작품이 설치된 곳은 과거 자동차 정비소(Autowerkstatt)였던 공간이다. 자동차를 고치던 기능은 멈추었고, 그 흔적 위에서 전시 공간으로 쓰이고 있었다. 벽돌 벽과 철제 창틀, 바닥에 남은 얼룩은 여전히 정비소였던 시절의 흔적을 담고 있었다. 목적을 잃은 장소에 목적을 잃은 사물이 놓인 셈이다. 조각들은 서로를 의지해 하나의 형체를 이루지만, 그 이음새 어디에서도 온전한 가구는 돌아오지 않는다. 각 부품은 여전히 분할된 조각이며, 접촉은 통합이 아니라 서로를 버텨주는 지지에 머문다. 흰색이 이들을 하나의 표면으로 묶었을지라도, 내부의 조각들은 여전히 끊어진 채 따로 존재한다. 바닥에서 창틀로 이어지는 형태는 위로, 장소의 바깥을 향하지만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안과 밖을 가르는 창문 앞에서 이 형체는 멈춘다.
이력을 잃은 사물과 기능을 잃은 공간이 하나의 색, 하나의 표면 아래 함께 놓일 때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남는가. 사라진 자리 위에 세워진 형체는 과연 하나라고 부를 수 있는가, 아니면 조각들이 잠시 함께 버티고 서 있는 상태일 뿐인가. 이 작업이 남긴 더미는 그 물음에 답하는 대신, 물음이 놓일 자리를 만들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