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Koexistenz)’이라는 개념은 서로 다른 시스템이나 사물, 혹은 여러 현상이 동일한 시공간에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혼합 매체, 사진, 영상, 조각, 오브제, 그리고 퍼포먼스를 통해 이 동시적 존재라는 주제를 하나의 공간 안에 펼쳐 보이고자 했다. 각각의 작품들은 완결된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몇 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출발한다.
하나는 외적인 환경을 향한 질문이다. 이은우는 철저히 통제되고 계획된 인공적인 공간 안에서, 예상치 못한 자연의 요소들을 발견할 때 인간은 어떤 감각을 깨워내야 하는지 묻는다. 인위적인 환경 구조 속에 유기적으로 자리 잡은 자연물들의 독특한 질감과 형태는 인간이 만든 완강한 시스템 속에서 과연 어떻게 함께 지속되며 공존할 수 있는가? 바닥에 놓인 통나무와 기둥을 뒤덮은 표면은 모두 실제 자연물에서 그대로 떠낸 형상이다. 나무의 결과 과일의 표면이 서로 다른 재료를 거쳐 하나의 인공적 질감으로 복제될 때, 원본은 사라지고 그 표면의 기억만이 산업적 방식으로 남는다.
또 다른 하나는 내면과 상황을 향한 질문이다. 허내훈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순된 감정들이나 역설적인 상황들이 어떻게 시각적인 형태로 번역될 수 있는지 탐구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밀한 정서들을 구체적인 사물과 오브제를 통해 공간 속에 재현하고자 할 때, 허내훈은 사물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정된 기능과 역할을 바꾸어 전혀 새로운 형태로 재조직한다. 타자기의 기계적 움직임처럼 사물이 기존의 맥락에서 벗어나 재배치될 때, 우리는 사물의 이면에서 어떤 내면의 풍경을 마주하게 되는가?
이처럼 한편에서는 인공적 공간 속 자연의 형태를 탐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역설적인 상황과 감정을 사물의 언어로 재조직하는 시도를, 벨뷰-잘(Bellevue-Saal)이라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교차시키고자 했다. 그리고 이 전시는 오프닝과 전시 마지막날에 이루어지는 퍼포먼스를 통해, 정지된 사물과 움직이는 신체가 같은 시간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함께 목격하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서로 다른 출발점을 가진 두 사람의 시선은 이 전시 안에서 한 자리에 모인다. 인간을 둘러싼 수많은 시스템과 사물, 그리고 감정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 전시는 그 질문을 함께 품고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