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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감각: 지각된 일부의 이미지 (2023)

 김아영 (큐레이터)

이번 전시에서 허내훈 작가는 “눈은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대로 본다”라는, 우리 안에 내재한 경험과 고정관념이라는 인식에 갇힌 지각적 한계를 표현하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직접 경험하고 마주한 일상의 소재들을 수집하고 기록하며 이 축적된 자료를 가지고 조각, 설치, 영상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을 풀어낸다. 작가는 수집한 대상을 시각, 청각, 촉각 등 인지감각의 부분을 특정하고 이를 새로운 형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제시한다. 익숙한 요소를 새롭고 낯설게 하는 이러한 작업 방식은 사물을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해체해서 의외성을 지닌 새로운 대상으로 창조한다. 작가는 ‘나’와 ‘우리’ 그리고 ‘구조’의 관계를 탐구하여, 시간의 응축과 교차, 안과 밖이라는 공간의 접합, 고정관념의 전환 등을 드러낸다.

<들여다보다 Hindurchsehen>(2018)는 설치된 망원경으로 외부 대상을 관찰하고자 하는 관객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장면을 보여준다. 관측 구멍을 통해 보이는 대상은 액션캠으로 실시간 촬영된 휴대폰 화면으로, 스스로 볼 수 없었던 관람자의 정수리 부분을 대면하게 한다. 이 망원경은 버려진 것을 습득한 오브제로, 외형을 활용하지만 원기능을 제거하고 의외의 장면을 제시함으로써 사고를 전환시킨다. 사물의 기능과 형태 그리고 이를 인식하는 개념 사이의 관계를 바탕으로 기존질서와 체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트는 시도로, ‘본다’는 행위에 담긴 여러 가지 질문들을 직접적으로 던진다.

로만 지그너(Roman Signer)의 순간을 담는 움직이는 조각에 영향을 받은 작가는 시간이 담긴 조각과 파괴적인 요소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실험해 왔다. 또한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의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은 각기 무한한 이미지들의 총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질’은 이미지들의 총합”이라는 이론을 바탕으로, 작가는 “지각 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표상은 대상을 보는 이와 대상인 물질의 다양한 이미지들 중 하나와 맺는 관계인 것”에 주목해 이를 바탕으로 매체를 한정하지 않고 긴장감과 위트를 담은 퍼포먼스, 공간설치, 영상, 사진, 텍스트, 조각 등을 교차하며 차별적 구성을 모색한 작품을 제작했다.

<스며들다 Einsickern>(2016)와 <거품 Schaum>(2015)에서 천천히 사라지는 거품 등을 활용해 생성과 소멸의 순간과 그 흐름을 작품에 담았다. <스며들다>는 좌대 위에 스프레이를 뿌려 거품을 계속 쌓아가는 작가의 행위와 그 결과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기 중에 날아가고 좌대에 스며든 흔적과 그 과정을 영상으로 남긴 조각이다. <거품>은 스프레이로 생성한 거품을 흑백으로 대비되게 근접촬영해서 마치 설산의 생성과 소멸 과정처럼 시간성을 담아 추상적인 전환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36.5° 조각>(2023)은 사람의 체온인 36.5°로 유지하도록 설계된 작품이다. 열선이 들어간 원형 구조 표면에 손을 대면 체온과 유사한 따스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작가는 “눈에 보이는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뇌가 그리는대로 본다”는 점을 기저에 두고 보고 있다고 믿는 것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작업을 진행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하기 위해 만져야 느낄 수 있는 조각을 고안하였다.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하며 상대적 시간과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한다. 수동적인 위치에 놓인 작가와 관람객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시간, 움직임, 사람과 상호작용한다. 작가는 동일한 대상을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보더라도 모두 동일한 이미지를 가진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에 주목하면서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사유하게 한다. 작가가 제시하고자 하는 점은 작가의 감각으로 수집해 재정의된 대상을 보는 사람이 자신의 경험적인 시각적 이미지와 연상되는 심상과 촉각 등의 상호작용으로 자각하고 인지하는 환경이다.

작가의 얼굴을 근접촬영한 <Nahaufnahme>(2020)은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빛을 띈 다층의 색면으로 이루어진 추상적 화면을 제시한다. 여기서 구획을 나누는 기준은 작가가 일정간격으로 구멍을 뚫어 표시한 마스크로, 얼굴 크로즈업 휴대용 촬영기법으로 붉은색의 총합인 하나의 사진으로 제작해 보여준다. 매체실험에 집중해 작은 걸 크게 확대해 집합적으로 보여주는 시도는 시각예술을 토대로 한 소통과 보는 방식을 탐구하여, 이를 시각화한다. <인공적이지 않은 그리고 인공적인 Nicht künstlich und künstlich>(2021)은 얼핏 보기엔 다양한 식물 화분이 놓인 공간의 부분을 촬영한 사진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면 이미지 안에 살아있는 식물과 인조 식물이 혼재되어 한 곳에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인조 식물과 실재 식물을 설치한 후 한 장면으로 제시해 실재로 존재하지 않지만 찍힌 식물과 그 차이를 인식하게 한다. 하나의 물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더라도, 모두 동일한 이미지를 가진 대상으로 인식됨을 강조하면서, 인지적 한계를 제시한다.

작가는 사적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에 주목한 인체를 주제로 한 작업을 시도했다. 신체의 일부분을 특정하고 추상화한 작품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그것이 지닌 형태와 색감, 질감, 촉감 등을 표현한다. 이러한 신체적인 경험과 감정은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으로 확장된 소통을 시도한다. 또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상상력의 확장, 과학에서 원리를 가져오고 탐구한 정보에서 조각의 물성을 활용, 공간설치, 퍼포먼스, 영상 등으로 표현해 조각의 개념에 대한 확장과 재인식을 보여준다. 다양한 재료의 물성을 활용한 공간설치는 시간의 흐름을 담고 표현력을 배가시키는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무작위적인 요소들을 조형으로 수렴해 내는 작가의 감각과 표현은 시간이 담긴 조각의 또 다른 묘미를 십분 느끼게 한다. 작가가 제시한 시간의 축적과 낯섦과 의외성은 새로운 시각적 자극으로 다가온다. 익숙한 것을 낯선 것으로 변환시킨 작가의 작업은 매우 정교하고 섬세하며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이 특유의 형식과 표현의 변용은 작가의 작업에 대한 진지함과 집요함으로부터 스스로 체득하고 해체해 만드는 인식의 전환에서 비롯된다.